04.
블로그를 위해 따로 웹사이트 하나를 만들고 싶었지만 여력이 없어 일단 만들어둔 사이트나 조금 더 활용해보자 결심했다.
이사갈 (수도 있는) 건물에 갔다가 이렇게 조악하고 못생긴 건물(동네)에서 살다간 그나마 가지고 있는 모든 미감을 잃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고통스럽게 스튜디오를 향해 자전거 바퀴를 굴렸다. 그냥 못생겨서 싫었다는 말이다.
그 날의 회의록에는 이렇게 쓰여있었다. (남이 한 말이다.)
Studio > difficult. Once enter > good.
어쩌면 그냥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
06.
뒤셀도르프에서 조성진의 헨델을 들었다. 앵콜곡으로 드븨쉬를 쳐줬는데 그 콘서트홀과 무척 잘 어울렸다. 호숫가 표면에 밤하늘의 별이 흘러가는 것 같은 소리였다. 헨델은... 나는 헨델이 수수하달까, 어쨌든 작은 마을같다 생각해왔는데 그 날 밤 들었던 헨델은 너무 정교해 어느 부분은 아팠다. 스튜디오에서 들을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러나 영화관과 콘서트홀의 아름다운 점은 바로 그 것이다. 자진해서 고통스러운 자리에 앉고 예술가가 허락하기 전까지는 벗어날 수 없다. 이 콘서트 홀에 곧 다시 와야겠어.
13.
일주일을 꼬박 앓았다. 몸이 낯선 충격에 후들거렸다.
삶은 계란 반 톨을 먹는 것에도 큰 품이 들었다. 메스꺼움을 참으며 쇼파에 누워 고양이 장난감을 최선을 다해 휘둘렀다. 마리 퀴리가 거의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연구하는 것을 본 그녀의 형부가 맙소사 마리, 이렇게 먹다간 죽어버리고 말거야. 하고서 없는 형편에도 마련한 음식 냄새를 맡곤 퀴리가 구토를 하러 화장실로 뛰어갔다던... 그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나서 아픈 와중에 픽 웃었는데. 하도 이것저것 읽으니 무슨 사건이 일어나면 공동의 키워드의 다른 이야기로 바로 점프된다.
나는 형부는 없지만 친구는 있어서 그가 해준 죽을 먹으며 연명했다.
March 2023
31.
또 다시 이사. 주방이 아름다운 곳이다.
새로운 일과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주일에 몇 일은 작업실에서 바둑알을 만들고 또 몇 일은 아이패드를 만지면서 일한다.
April 2023
25.
사랑하는 동생의 생일은 식목일과 일자를 나눠쓴다. 건강하고 좋은 사람.
27.
웹사이트 새로 만들어야겠네.
May 2023
02.
이사했더니 어깨와 목의 근육이 뻐근한 것이 몸을 잘못 사용한 것만 같다. 팔뚝 안 쪽의 근육도 뻐근한데, 근육이 아플 때마다 그렇지... 이 몸은 이런 식으로 기능하는 것이지 하고 새롭게 깨닫는다.
돈을 쓰는 일은 다른 것(예. 작업, 이메일 회신 등) 훨씬 쉽고 빠르고 얕은 만족을 가져다 줘서 중독성이 아주 높다. 작작 해야지.